제목
[퍼온글]노대통령의 정책을 계승하는자가 승리한다.
작성자
노고봉
작성일
2007-03-19
조회수
22582
2002년 3월 16일 민주당 광주경선에서 노무현 후보를 1등으로 선출해 파란을 일으켰던 동지들의 모임이 5주년 기념식을 하면서 연사로 초청해 지난 16일 광주에 다녀왔습니다.
광주는 우리 근대사에서 중요한 고비마다 역사의 흐름을 바꿔 놓은 아주 특별한 도시입니다. 과거 여론조사결과를 분석할 때마다 광주시민의 정치의식은 다른 지역과 뚜렷이 대비될 만큼 높아서 늘 신기하고 존경하는 마음을 품고 있었습니다.
2002년 3월 16일은 토요일인지 일요일인지 주말이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그 날 아침 저는 경기도의 한 리더십 아카데미에서 강의를 하고 있었습니다. 리더의 자질을 이야기하다 떠오르는 예를 하나 들었습니다.
“리더의 자질로 가장 중요한 것은 미래를 꿰뚫어보는 혜안과 비전인데 그 점에서 노무현후보가 단연코 앞서기 때문에 오늘 경선에서도 이인제후보를 이길 것이며 결국 후보로 결정될 것입니다.”
참석자 중에 이인제 후보의 측근이 있어서 저에게 강력히 항의하며 반발했습니다.
“저는 노무현 후보와 아무런 인연이 없는 사람이므로 제 희망사항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중립적 논평가로서 앞으로 일어날 사실을 예측하는 것뿐입니다. 제 말이 틀리는지 맞는지는 오늘 저녁 보시면 알 것이니 조금만 기다려 보십시오. 제 말이 틀리면 그 때 항의하면 되지 않습니까.”
겨우 그 사람을 진정시켰지만 제 발언이 틀려서 곤경에 처할 것이라는 생각은 추호도 해보지 않았습니다. 오랫동안 여론을 분석하면서 광주시민의 정치의식이 앞서고, 2002년 대선에서 새로운 정치에 대한 바람이 표출될 것이라는 점을 알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돌아오는 기차 안에서 광주경선 돌풍의 주역들이 5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출간한 <왜 광주는 노무현을 선택했는가>라는 책을 읽으며 제가 큰 실수를 할 뻔했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책에 있는 내용을 보니 경선결과가 발표될 때까지 당사자들은 무척 마음을 졸였더군요. 민주당 경선에서 광주시민이 노무현 후보의 손을 들어주기까지는 많은 이들의 노력과 땀이 있었습니다. 특히 경선 전날 있었던 광주지역 지식인 500명 서명에 참여했던 분들의 용기가 없었다면 돌풍도 어렵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신영복 교수는 “정치는 잠재적 지지를 동원하는 것”이라는 명언을 남겼습니다. 아무리 유권자들의 잠재적 욕구가 존재한다 해도 이를 담아낼 그릇이 없으면 새로운 정치의 흐름은 만들어지지 않습니다. 아무런 이해관계가 없는 분들이 오직 새로운 정치에 대한 열정 하나로 노무현 후보의 광주 승리를 이끌어냈기에 가능한 일이었습니다.
그곳에 참석한 분들의 얼굴을 뵈니 욕심이라곤 하나도 없이 맑고 깨끗한 분들이더군요. 제 주위엔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아직도 노 대통령의 열렬한 지지자들이 많은데 그 분들은 어떤 공통점이 있는 것 같습니다. 사심이 없고 양심적이라는 것. 저도 노 대통령과의 인연으로 인해 많은 고통을 당했고 여러 모로 손해를 많이 보고 있지만, 그곳에 오신 분들도 노 대통령을 지지하다 많은 피해를 당하신 분들입니다. 과거엔 대통령 측근이면 호가호위했었는데 요즘은 오히려 역차별을 당하는 세상입니다.
올 대선에서도 분명히 잠재적 지지는 존재합니다. 그것이 만족되지 않았기에 지금도 유권자의 3/4이 부동층으로 남아 있습니다.
지난 대선과의 차이점은 대다수가 이미 지지하는 후보를 가지고 있다는 것입니다. 보통 부동층은 지지하는 후보가 없는 것이 보통인데 올해 현상은 좀 특이하지 않습니까?
노무현 대통령의 개혁이 성공함에 따라 정치와 정치인에 대한 거부감이 없어진 것이 가장 큰 이유입니다. 결국 노 대통령이 뿌려놓은 열매를 한나라당 주자들이 따 먹고 있는 셈입니다. 그들이 잘나서가 아니라 열린우리당의 주자들이 무너졌기 때문에 반사이익을 보고 있는 것입니다. 수구언론의 흠집 내기로부터 서로 보호해주지 못하고 그 장단에 춤을 추다가 열린우리당이 이 꼴이 된 것입니다.
하지만 걱정 붙들어 매십시오. 이명박, 박근혜 두 후보가 경제성장 7% 공약을 하면서 대선승리는 그들로부터 멀어진 것 같습니다. 이분들은 시대정신을 잘못 읽었습니다. 새로운 시대의 패러다임을 보여주어야 할 대선 주자들이 대북정책에서만 국민들 뒤꽁무니를 따라가는 것이 아니라, 올 대선의 핵심 쟁점이 될 경제문제에서도 과거 개발독재시대의 성장 패러다임에서 벗어나지 못한 것입니다. 국민들의 잠재적 욕구를 잘못 읽었습니다. 수구언론이 경제가 어렵다 어렵다 하니까 그 말을 믿고 경제성장 깃발을 든 것입니다. 그 동안 조선일보 시키는 대로 하다가 한나라당이 두 번이나 실패하지 않았습니까. 이번에도 잘되기는 글렀습니다.
노무현 대통령이 만들어 놓은 비전2030 들고 나오는 후보가 이깁니다. 잠재적 욕구는 분명히 존재하고 있는데 이를 담아낼 그릇이 없는 것이 안타깝습니다. 탈당파들은 후단협과 마찬가지로 대세에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입니다. 탈당을 무기로 당을 해체하라고 협박하는 의원들 또한 대세를 움직이지 못합니다.
거대한 역사는 시대정신과 민초들이 만들어가는 것입니다. 과거 대선을 조직선거로 했던 시절에는 지구당 조직을 움직이는 현역의원의 숫자가 매우 중요했습니다. 대리점이 물건판매를 대행했던 시절 대리점의 횡포가 컸던 것과 같은 이치이지요. 하지만 인터넷은 이러한 중간 매개자의 영향력을 무력화시켰습니다. 노무현 대통령은 지지하는 현역의원 몇 명 없이 대업을 이뤄냈습니다.
열린우리당은 의원 숫자에 연연하지 말고 지금의 위기를 오히려 당의 정체성을 강화할 반전의 기회로 삼아야 할 것입니다. 과반수 정당일 때도 지지도는 바닥이었는데 의원 십 수명 더 있다고 달라질 것은 없습니다. 오히려 소수정예가 진보정당으로서의 정체성와 개혁성을 강화한다면 우리당의 지지도는 올라갈 것입니다. 개혁입법을 제출하고 그것이 국회에서 탈당파와 한나라당의 합작에 의해 부결되는 모습을 국민들께 보여주십시오.
열린우리당만 정신 차리고 노 대통령 만큼만 지지도를 올리면 후보는 얼마든지 만들 수 있습니다. 오지 말래도 후보가 들어오고, 싫다고 해도 통합하자는 정당이 쇄도할 것입니다. 자신이 잘 나갈 때 협상력도 올라가는 것이지 자신을 버린다고 협상이 진전되지는 않습니다. 협상의 기본도 모르는 발상입니다. 지지도 한 자리수 정당이 기득권을 버리기 위해 당을 해체하자니 나오는 건 웃음 뿐입니다. 포기할 기득권이 있기나 한 겁니까?
흐르는 시간이 아깝지도 않습니까? 어차피 도토리 키재기이고 지루한 샅바 싸움일 뿐입니다. 신당 만든다고 뛰어다닐 시간에 대선 정책 하나라도 더 만들기 바랍니다. 분과별 위원회를 만들어 대선정책 수립에 돌입해야 합니다. 시대정신을 담을 그릇이나 잘 만드시기 바랍니다. 그러면 반드시 누군가 나타나 그 그릇을 이용해 열길 우물로부터 민심의 물을 길어 올릴 것입니다. 정당과 시스템으로 선거를 치르겠다고 각오하면 인물은 자연히 만들어집니다.
남에게 구걸하지 말고 뚜벅뚜벅 앞을 보고 나가기 바랍니다. 죽기를 각오하고 창당 초심으로 돌아간다면 분명히 살 길이 있을 것입니다.
-조기숙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