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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펌) 부산 국제신문 논설위원 김미선 칼럼
작성자
도사
작성일
2006-05-29
조회수
23309
[국제칼럼] 그것은 '마술'이 아닙니다 /김미선
또 정계 개편론인가
늘어난 우리당 이탈표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의 예기치 않은 피습사건은 그렇지 않아도 선거열세의 패배감에 젖어 있던 열린우리당을 나락으로 떨어뜨린 결과를 가져왔다. 한나라당은 광역단체장 선거전에서 열린우리당을 더블 스코어 이상으로 압도하면서 열린우리당이 승리를 장담하던 대전마저도 위협하고 있다.
특히 열린우리당은 서울 인천 경기 등 수도권에서 단 1석도 건지지 못하고 사실상 '전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북을 제외한 전 지역에서 싹쓸이 당할 운명이라는 것이 중론이다.
한나라당에서 공천헌금이나 성추행 등 온갖 악재가 터져나왔음에도 불구하고 이런 결과가 나오고 있다. 열린 우리당의 정동영 의장이 한탄했듯이 마술이라면 마술이다. 왜 이럴까. 하나 분명한 것은 30%의 한나라당 고정표를 뺀다면 이 나머지는 한나라당에 대한 지지표라기보다 열린우리당 이탈표라는 것이다.
2004년 대통령 탄핵 사건으로 거슬러 가보자. 열린우리당은 반탄핵 열풍에 힘입어 곧 이어진 총선에서 299석 가운데 152석을 얻어 종전 46명의 꼬마 여당에서 원내 과반을 얻는 거대 정당으로 탈바꿈했다. 그러나 개혁과 지역주의 극복을 모토로 해서 분당까지 감행하면서 만들어진 열린우리당은 2년 가까운 세월동안 한 것이 별로 없다. 개혁은 실종되었고 그래서 자타가 공인하는 무능 정당이 되었다. 한나라당만 본다면 그 악재에도 불구하고 지지율의 고공행진은 분명 마술이다. 그러나 지지율은 상대가 있는 것이다. 상대가 잘해서 올라가기도 하지만 자기가 못해서 상대를 올려주기도 한다.
그렇다면 열린우리당은 왜 이렇게 무력했을까. 정동영 의장의 책임이 크다고 본다. 반 탄핵열풍이 불고 과반수 이상의 의석이 가능해졌을 때 정말 개혁적이고 참신한 인사들을 대거 발탁했어야 했다. 그러나 당시 당의장이던 정 의장은 승리에 집착, 인물보다 당선가능성을 우선했고 많은 전략공천을 행했다. 그 과정에서 4년 후의 자신의 대권 행보를 고려한 성향이 역력했다. 그것이 그를 다시 당의장으로 복귀시키는 당권 확보의 발판은 되었겠으나 오늘의 결과를 초래할 줄은 몰랐던 것 같다. 그 때 원칙에 입각해서 좀 더 개혁적 인사들로 의회가 채워졌더라면, 그래서 개혁과제들을 시대정신에 맞게 밀어붙였다면 지금 그의 위상은 달라져 있었을 것이다.
대표적 실책의 하나가 '실용정치'라는 요상한 용어였다. 그 용어는 상생으로 화장되어 있지만 야합이나 마찬가지였다. 개혁의 정신으로 창당된 당이 잉크도 마르기 전에 수구로 복귀하는 것을 그 창당 정신을 지지한 국민들은 어떻게 보았을까. 그러나 당시 열린우리당 내에 소수 인사를 제외하고는 여기에 대한 진지한 고민과 반성이 없었다. 의원 대부분은 탄핵사태로 넝쿨째 들어온 호박을 즐기고 있었을 뿐이었다.
정동영 의장은 아직도 문제의 핵심을 비껴가고 있는 것 같다. 어제 오전, 소집된 비상 의원총회의 결과가 그렇다. 의총의 결론은 지방선거 이후 한나라당의 집권을 반대하는 세력과 함께 민주개혁세력 대연합을 추진하겠다는 것이다. 민주당과의 합당 가능성을 시사했다. 정계 개편론의 공론화도 시도하고 있다. 말은 그럴 듯하게 미화하고 있지만 그는 결국 열세의 원인을 지역구도를 버린 데 있다고 본 것이나 다름없다. 대선의 희망을 예의 그 지역구도에서 찾겠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지역구도를 깨기 위해 골육상쟁에 가까운 분당을 감행한 열린우리당의 근거는 아무것도 없다.
이런 처사는 또 다른 의구심만 불러일으킬 뿐이다. 그보다는 차라리 패배를 겸허하게 받아들이라고 충고하고 싶다. 우리당의 잘못에 대한 국민들의 준열한 꾸짖음으로 반성할 일이다. 그 때 그것은 마술이 아니고 순리로 보일 것이다. 그리고 남은 국회의원 임기동안 눈치보지 말고 개혁과제를 치열하게 밀어붙일 일이다. 그리고 다시 국민들의 뜻을 물어야 한다. 그래도 국민들이 외면한다면 그 결과야말로 마술이라고 한탄해도 늦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