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詩로 오랜만에 방문
작성자
처인구여인
작성일
2006-05-23
조회수
23090
나/무/기/도
정 일 근
새해에는 나무처럼 살고 싶다
우린 너무 빠른 속도다, 세상은
달려갈수록 넓어지는 마당을 가졌기에
발을 가진 사람의 역사는
하루도 편안히 기록되지 못했다
그냥 나무처럼 붙박여 살고 싶다
한발자국 움직이지 않고도
어린 자식을 기르며 말씀을 빚어내고
빈가지로 바람을 연주하는 나무로 살고 싶다
사람들의 세상은 또 너무 입이 많다
입이 말을 만들고 말이 상처를 만들고
상처는 분노를 만들고 분노는 적을 만들고
그리하여 입 속에서 전쟁이 나온다
말하지 않고도 시를 쓰는 나무의 은유처럼
온몸에 많은 잎들을 달고도
진실로 침묵하는 나무가 되고 싶다
침묵으로 웅변하는 나무가 되고 싶다
삶은 베풀 때 완성되느니
그늘을 주고 꽃을 주고 열매를 주는 나무처럼
추운 아궁이의 뜨거운 불이 되기도 하고
사람의 따뜻한 가구가 되는 나무처럼
가진 것을 다 주는 나무로 살고 싶다
새해에는 그대의 나무가 되고 싶다
그대는 나의 나무가 되어다오
우리 나무와 나무로 만나 숲을 만들자
그런 사랑들이 만드는 새로운 숲이 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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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와 나무 같은 사람들이 모여
아름다운 숲을 이룰 수 있다면...
깊이 새겨진 상처같은 옹이마저도
모두 안고 수용하는 나무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