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일본은 이웃인가, 재앙인가
작성자 용인 이기명
작성일 2006-05-06
조회수 21462
일본은 이웃인가, 재앙인가

일본은 식민시대 미몽에서 언제 깨어나는가

이기명 (국민참여연대 상임고문)


국민들은 임응규라고 하면 누군지 알 수 있을까. 그러나 승장 유정이라면 좀 조금 알 것이고 사명당(사명대사)이라면 ‘아아 사명당’ 하면서 모르는 사람이 없을 것이다.

사명대사는 그만큼 국민에게 가깝고 존경스러운 이름이다. 스승인 서산대사와 사명대사는 전설 같은 일화도 많이 남기고 애국심은 우리가 본받아야 할 민족의 사표다. 정유재란 당시 왕의 친서를 가지고 일본으로 건너가 도쿠가와 이에야스와 담판을 하고 왜군이 납치한 조선인 3500명을 데리고 돌아왔다.

우리는 어렸을 때부터 사명대사에 대한 많은 얘기를 들어 알고 있다. 사명대사가 일본에 갔을 때 일본 왕이 사명당의 기를 꺾기 위해 사용한 교활한 술수를 알고 있다.

사명대사가 자는 방에 밤새도록 불을 떼서 찜통을 만들었는데 다음 날 아침 사명대사는 추워 잠을 못 잤다고 해서 불 뗀 녀석이 기절초풍을 했다는 것이다. 상식으로 이해되지 않는 많은 이적(異蹟)들이 전해 오지만 사실 여부는 본질이 아니다. 사명대사는 일본을 이겨낸 우리의 위대한 조상인 것이다.

지난 4월 13일 오후 3시.

경남 밀양시 무안면 무안리 홍제사 표충비는 땀을 흘리기 시작하여 14일 낮 열두시까지 계속됐다. 표충비는 사명대사를 기리기 위해 세운 비석으로 이 땅의 큰 변화가 있을 때마다 땀을 흘렸고 박정희의 5.16쿠데타가 일어났을 때도 땀을 흘렸다고 한다. 표충비는 이번에도 땀을 흘렸다. 국가에 큰 일이 있음을 알리는 것이라고 사람들은 믿는다.

독도문제가 국민의 최대 관심사가 되었다. 일본은 잊을 만하면 독도 문제로 우리의 속을 뒤집어 놓는다. 독도가 한국의 영토라는 것은 두 말하면 잔소리고 고집하면 미친놈이다. 역사적으로나 지리적으로나 설명이 필요도 없다.

그러나 일본은 집요하게 자기들의 땅이라고 우기면서 분쟁을 일으키고 있다. 분노가 치솟는다. 역사적으로 일본만큼 우리 민족을 괴롭힌 민족이 없다. 왜구라고 부르는 일본 해적들은 끊임없이 한반도 해안을 습격해 노략질을 했고 임진왜란은 한반도를 폐허로 만들었다. 그 뿐이랴. 일제강점 36년을 생각해 보자. 알짜배기 문화제도 모두 도굴해 갔다. 한마디로 도둑이다. 어찌 글로 다 표현할 수가 있으랴.

일본은 아직도 우리를 괴롭힌다. 이 무슨 천생의 악연인가.

대통령이 특별담화문을 발표했다. 당당하고 반박의 여지가 없는 정연한 논리다. 결연한 의지가 보인다.

“독도에 대한 일본의 주장은 과거 자신들이 저지른 침략전쟁과 학살, 40년간에 걸친 수탈과 고문 투옥 강제징용 심지어 위안부까지 동원했던 범죄의 역사에 대한 정당성을 주장하는 행위입니다.”

“일본이 잘못된 역사를 미화하고 그에 근거한 권리를 주장하는 한 한일관계는 결코 바로 설 수가 없습니다. 일본이 이들 문제에 집착하는 한 우리는 한일간의 미래와 동아시아의 평화에 관한 일본의 어떤 수사도 믿을 수가 없을 것입니다.”

“독도는 단순한 조그만 섬에 대한 영유권의 문제가 아니라 일본과의 관계에서 잘못된 역사의 청산과 완전한 주권확립을 상징하는 문제입니다.”

“일본은 제국주의 침략사의 어두운 향수로부터 과감히 털고 일어서야 합니다. 21세기 동남아의 평화와 번영 나아가 세계평화를 항한 일본의 결단을 기대합니다.”

일본은 아직도 침략적 식민주의 망령으로부터 벗어나지 못했다. 아직도 한국이 일본의 신민지라고 착각을 하고 있는 게 아닌가. 그들은 대통령 담화문에 대한 비아냥도 서슴지 않는다. 침략주의라는 것이 찔렸는지 식민주의 침략과 영유권 문제는 별개라는 해괴한 잠꼬대를 하고 있다.

더욱 기가 막힌 것은 고이즈미 총리가 한 말이다. 그는 한일 정상회담을 거부하자 후회할 날이 있을 것이라고 망언을 서슴지 않았다. 협박인가. 공갈인가. 영토문제의 양보란 있을 수 없다. 원칙을 지켜 나가야 한다.

일본은 독도 문제를 여론화 분쟁화 시키면서 이미 목적을 달성했다고 생각할지 모른다. 바로 이런 생각을 깨트려 버려야 한다. 이제 일본이 우리에게 갖는 근거 없는 우월 의식을 깨버려야 한다.

따지고 보면 반성해야 할 일이 우리에게도 하나 둘이 아니다. 박정희 군사독재는 한일회담을 하면서 초조하게 일본의 눈치만 살폈다. ‘김종필 오오히라 메모’라는 쪽지로 쑥떡쑥떡 채결한 것이 한일협정이었고 돈 몇 푼 받고 도장 꽝꽝 찍어 준 것이 한일협정의 실체다.

그 때도 독도가 문제되자 김종필은 독도를 폭파해서 아예 없애 버리자는 넋 나간 제안을 했다는 후일담까지 있다. 이러니 일본이 우리를 얕잡아 보지 않는다면 그게 오히려 이상한 일이다.

그 때 우리가 당당한 자세로 미래를 보는 혜안을 가지고 회담에 임했다면 오늘의 후안무치한 일본의 작태를 보지 않고도 살 수가 있었을 것이다. 그래서 올바른 정치와 탁월한 역사인식의 정치가는 우리에게 소중한 것이다.

독도와 관련된 간담회를 하자고 대통령이 여야의 대표를 초청했는데 필요 없다고 참석을 거부하는 야당지도자의 속 좁은 태도는 국론통일을 저해하는 것은 물론이고 일본이 한국을 깔보게 하는 원인이 될 수 있다.

그 뿐만이 아니다. 한나라당은 사학법에 온 정신이 쏟아 민생법안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관심이 없다. 일본이 독도를 침범해도 사학법만 따질 것인가. 사학법은 국가 위기에 우선하는가. 한나라당의 대답을 듣고 싶다.

부끄러운 기억이 떠오른다. 철모르던 일제 식민지 시절. 초등학교 저학년인 우리들은 전쟁놀이를 즐겼다. 중일 전쟁이 한창이던 그 때 비록 놀이라고 해도 누가 일본군을 하고 누가 중국인을 하느냐는 것은 꼬맹이들의 명예가 걸린 중요한 문제였다. 우리는 너 나 할 것 없이 모두 일본군을 자원했고 재수가 없어 중국인 역할이 떨어지면 죽을 맛이었다.

당시 초등학교 정문을 들어서면 천황인지 뭔지를 기리는 건축물이 있었다. 그 앞에서 우리는 모자를 벗고 절을 하고 천황칙어라는 것을 외워야 했으며 한국말을 하면 벌도 받았다. 우리가 한국인인지 조차 모르고 자라던 시절 우리에게 어느 어른도 일본이 우리나라를 찬탈했으며 그래서 일본의 식민지가 된 사실도 안중근 의사의 의거도 이순신 장군의 승리도 유관순 누나가 있다는 사실을 가르쳐 주지 않았다.


우리는 그렇게 일본인으로 자랐고 가미가제 특공대로 천황을 위해 죽는 것을 최고의 영광으로 아는 불쌍한 인간으로 사육된 것이다. 나이 어린 소년이 몸에 폭탄을 두르고 자살공격을 하는 아랍소년들의 당당한 모습을 보면서 일제시대 일본 군가를 부르던 내 불쌍한 모습을 떠 올리는 것은 순전히 부끄러움 때문이다.

중국을 침략한 일본이 남경에서 중국인의 목을 닛본도(일본군의칼)의 성능테스트 용으로 베는 것을 보면서 일본인의 본성은 무엇인가를 생각해 본 적이 있다. 제암리 교회에서 신도들이 예배를 보는데 불을 지르는 일본은 과연 어떤 민족인가.

감정만 앞세워 남을 증오하는 것은 옳지 않다. 적을 용서하고 미움을 사랑으로 바꾸는 것도 인간만이 할 수 있는 일이다.

그러나 독도문제가 터질 때마다 과연 일본이란 나라가 우리에게 무엇인가를 새삼스럽게 생각하게 만든다. 우리는 제대로 대응을 했고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었는가. 대통령의 비장한 담화문 발표를 들으며 이제 국민이 해야 할 일이 무엇인가를 깊이 생각한다.

먼 친척보다 가까운 이웃이 낫다는 속담이 있다. 그러면 일본은 우리에게 무엇인가. 일본은 이웃인가, 재앙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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