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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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포도밭처럼 > / 나 희 덕 저 야트막한 포도밭처럼 살고 싶었다 산등성이 아래 몸을 구부려 낮게 낮게 엎드려서 살고 싶었다 숨은 듯 숨지는 않은 듯 세상 밖에서 익혀가고 싶은 게 있었다 입 속에 남은 단 한 마디 포도씨처럼 몰고 끝내 밖으로 내어놓고 싶지 않았다 둥근 몸을 굴려 어디에 처박히고 싶은 꿈 내게 있었다, 몇 장의 잎새 뒤에서 그러나 나는 이미 세상의 술틀에 던져진 포도알이었는지 모른다 채 익기도 전에 으깨어져 붉은 즙액이 되어 버린, 너무 많은 말들을 입 속 가득 머금고 울컥거리는, 나는 어느새 둥근 몸을 잃어버렸는지 모른다 포도가 아닌 다른 몸이 되어 절벅거리며, 냄새가 되어 또 하나의 풍문이 되어 퍼져가면서, 세상을 적시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저 멀리 야트막한 포도밭의 평화, 아직 내 몸이 가지에 매달려 있는 것만 같아 사라진 손으로 사라진 몸을 더듬어본다 은밀하게 익혀가고 싶은 게 있었던 것처럼 .........빗방울 조금 떨어지던 5월말의 주말 저녁나절 ........ 가을 날의 해넘이 같은 하늘을 바라보며 집으로 돌아왔다 ...........늦봄이 가을 날의 스산함처럼 그렇게 쓸쓸하던 하루 .............그렇게 또 한주가 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