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인시민에게 드리는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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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용인시민에게 드리는 글 이름 : 남궁석
게시일 : 2004/03/30 (화) PM 07:26:03 조회 : 44

용인시민에게 드리는 글

지난 2월 집사람의 보훈3단체 기부금사건으로 졸지에 국회의원후보를 사퇴한 남궁 석 의원 입니다.
한번 더 여러분의 지지를 받아 국회의원으로서 두 번째 4년간을 보다 열심히 해 보려던 꿈을 접은 채, 
당으로 돌아와 어려운 총무위원장직을 맡아 일하고 있습니다.

그간 몇 차례 용인을 다녀왔습니다. 톨게이트를 통과해서 용인으로 들어가는 길목이 그렇게 마음 아픈 길목인 줄을 
그 일을 당하기 전에는 미쳐 몰랐습니다. 내가 태어나고 내가 사랑하고 내가 죽으면 돌아갈 용인에서 그 일이 
발생했다고 생각하니 더욱 마음이 아플 뿐입니다. 모두 제가 부덕한 탓으로 돌리고 있습니다.

용인시민 여러분을 그 이전처럼 만나면 반갑고, 악수하고 싶고, 끌어 안고 싶고, 이야기 하고싶은 날이 나에게 다시
 올 수 있을까? 용인시민들이 옛날처럼 나를 대해 줄까? 선거에 당선되기 위하여 돈 봉투나 돌리는 치사한 놈쯤으로
 생각하지나 않을까? 용인시민 여러분! 저는 그래도 용인을 자주 내려가겠습니다. 그러다 보면 다시 정이 
들지 않겠습니까?

세상이 많이 변했습니다. 정을 주고받던 시대에서 법을 주고받으며 살아야 하는 시대로 이전한 것입니다. 
어려운 보훈단체에 들려서 작은 금액이나마 후원을 하고 떠나는 것이 정을 주고받던 사회에서는 당연한 것이고 
우리는 그렇게 살아 왔습니다. 그러나 이제 법을 주고받아야하는 사회에서는 그것이 범죄가 되는 것입니다.

포곡면에 가면 옛날 돼지우리에 전기장판을 깔고 사시는 할머니 할아버지가 계십니다. 옛날에는 찾아가 인사를 
드리고 할머니의 손에 몇 만 원 쥐어 드리고 나오는 것이 정이었습니다. 그런데 이제 그 일을 선거기간 동안에 하면
 죄가 됩니다. 대대리에 가면 불구의 엄마가 아이들도 성치 않은 남매를 데리고 기초생활보장법에의한 보조금으로 
어렵게 살아가고 계신 분이 있습니다. 여기도 옛날 같으면 찾아가 위로하고 몇만 원 손에 쥐어 주고 나와도 되는데
 선거기간 중에는 그것도 죄가 됩니다.

우리는 "차떼기선거판"을 보면서 법을 강화했습니다. 일체 돈을 주고받는 선거풍토를 없애기 위하여 독약처방을
 내린 것입니다. 그 처방에 의하여 잔정마저 죽여야 하는 무서운 시대로 이전한 것입니다.

마치 잡초를 제거하기 위하여 강한 농약을 쓰면 곡식도 피해를 당할 수 밖에 없는 이치와 같다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정(情)의 세계에서 법(法)의 세계로 어떻게 하면 갈등 없이 이전할 수 있을까?

후보가 어려운 단체를 방문하여 2십만 원을 주고 갔습니다. 세 가지 해법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첫째, 돈을 돌려 주면서 강화된 선거법을 가르쳐 준다.
둘째, 후보자가 돌아간 뒤 곧바로 선거관리위원회에 고발을 한다.
셋째, 슬며시 돈을 써버리고 만다.

셋째가 최악의 선택입니다. 이 방법으로는 우리가 생각하는 새로운 세계를 갈 수가 없습니다.
첫째는 우리가 정(情)을 살리면서 새로운 세계로 전진할 수도 있는 최선의 길이라 할 수 있습니다.
둘째는 정(情)을 죽이고서라도 새로운 세계로 가자는 결연한 의지라고 생각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저는 용인의 선택을 부끄럽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고발을 결심한 분들의 용기를 받아들입니다. 
신문에서 그분들이 괴로움을 당하고 있다는 기사를 읽고 너무나 마음이 아픔니다. 절대로 그분들께 돌을 던져서는 
안됩니다. 훗날 제가 법으로부터 자유로운 신분이 되면 제가 할 수 있는 더 많은 후원을 할 것입니다.

저를 아껴 주고 감싸 주고 후원해 주시던 많은 분들께서 위로의 전화를 계속 해주고 계십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그러나 너무 걱정하지 마십시오. 무엇이건 작지만 보람있는 일을 찾아 보겠습니다.

용인시민 여러분! 사랑합니다. 정말 사랑합니다.
지난 4년간 저에게 베풀어 주신 환대, 사랑, 기대 그 모든 것을 어떻게 제가 살아서 다 갚을 수 있겠습니까?

돈 봉투를 돌린 그 자체를 꾸중하시는 분도 계십니다.
그만한 일에 왜 사퇴까지 했느냐고 또 꾸중하시는 분도 계십니다. 모두 고마운 말씀으로 받아 드리겠습니다.

용인 톨게이트를 가벼운 마음으로 내려설 수 있는 날을 기대하며, 두서 없이 저의 마음을 전해드립니다.
한번 두루 찾아 뵙고 인사 들이도록 하겠습니다.

용인의 모든 분들께 행운과 건강이
함께 하시기를 빕니다.


2004.3.30일 오후 6시 30분
국회의원 남궁 석 올림

[이 게시물은 남궁석님에 의해 2004-07-03 08:48:49 칼럼(으)로 부터 이동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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